외신은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이 대체로 두 가지 면에서 쟁점화 되어 있음을 전한다. 하나는 이 영화가 예수를 살리려는 로마인 빌라도와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광기에 사로잡힌 유다인들을 대비시키면서 반유다적 감정을 부추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람자에게 거부감이 들 정도로 예수의 수난을 너무 잔인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이다. 유다적인 영향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전자를 논할 필요가 없으므로 여기서는 후자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필자는 한 마디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좋은 영화라 생각하는데, 몇 가지 이유에서 그러하다. 첫째, 이 영화는 예수의 수난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그것을 심도 있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는 성서에 나타난 그대로의 예수 수난을 묘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성서 본래의 정신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언급되지 않은 부분들을 상상력을 통해 실감나게 묘사한다.
특히 예수가 유다인들에게 구타당하고 로마군인에게 채찍으로 매질당해 살이 터지고 피가 사방에 흥건한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몸서리치게 만드는데 예수가 인간의 폭력에 한 순간에 망가지는, 성서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 사실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둘째, 영화에서 문제가 되는 수난 장면이 지나치게 잔인해 인간을 협오스럽게 하고 구토를 유발하는 정도에서 끝난다면 그것은 복음의 수난보도가 의도하는 본래의 취지는 아닐 것이다. 문제의 장면들은 보는 이에 따라 엽기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시선이 인간의 잔인성과 예수의 처참한 몰골에만 머물도록 하기보다 그 넘어 우리를 위해 고난을 감내하는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도록 이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과거의 예수 영화와 달리 인상적인 점들은 출연배우들이 영어가 아닌 예수가 살았던 시대의 언어, 아람어와 라틴어로 말함으로써 현장감을 살렸다는 점, 그리고 예수의 어머니가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하여 그분의 슬퍼하는 눈길을 통해 예수의 통고(痛苦)를 읽을 수 있도록 그것을 충실하게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는 점이다.
수난을 제대로 다룬 영화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스도의 수난」은 사순절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권해도 좋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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