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암담한 조국의 현실에 상처 입고 절망해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의사로, 시인으로 살아온 마종기(라우렌시오.65)씨.

흔히 「시」를 쓰는 직업은 모국을 떠나면 더 이상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는 해외 체류에도 불구하고 평균 5년마다 꾸준히 국내에서 시집을 출간해왔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으니 황동규, 정현종 시인과 같은 반열이며 한국문학작가상, 미주문학상, 이산문학상, 편운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국의 중견 시인이다.
시선집 「보이는 것을…」은 젊고 감수성 예민한 의학도의 음성이 담긴 그의 초기시들은 물론, 의사와 시인으로서의 한 생애를 유장하게 관조하는 최근의 시들에 이르기까지 한 시인의 생애가 그려놓은 궤적을 충실하게 담고 있다.
마종기의 시를 설명하는데 「평범한 일상 속에서 건져올리는 투명한 정신의 미학」이란 표현은 빠질 수 없다. 이번 시선집에서는 그것뿐만 아니라 장장 42년 동안 이어진 시인의 변함 없는 시적 탐구의 다채로운 변화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1939년 일본 동경에서 출생한 마종기 시인은 아버지 고 마해송(1905∼1966.동화작가) 선생의 권유로 연세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주에서 방사선과 의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