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의 삶이 누리는 그리움과 아쉬움, 서늘함과 따뜻함, 허망함과 황홀함이 소름 돋도록 아름다운 날들이 있었다. 이 시들은 은총에 관한 기록이면서 허무에 관한 명상이기도 하다』(시인의 말)
시인 조창환(토마스 아퀴나스.58.아주대 국문과 교수)씨가 3년만에 펴낸 여섯번째 시집 「수도원 가는 길」(문학과지성사/124쪽/6000원)을 해독하는 단서는 시집 뒷 표지에 나타나있다. 『…길 위에서의 회상이며, 숨쉬는 날에 누리는 삶의 가슴 저림과 눈물겨움, 안타까움과 목마름에 관한 기록이다…』
시인은 다섯번째 시집 「피보다 붉은 오후」 이후, 생명에 대한 감사와 경이와 황홀, 동시에 그 배면에 도사린 허망과 무상과 연민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시선과 시적 감응을 형상화시켰다. 54편의 연작시 「수도원 가는 길」과 그 외의 작품으로 묶여진 이번 시집은 바로 그 변화와 갱신을 집대성한 보고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연과 동화(同化)될 수 없는 소외감에 대해 시인은 절망이나 왜소함이 아닌 슬픔과 고요, 그리고 고독으로 읽고 드러낸다.
「수도원 가는 길」의 연작 54편은 삶의 허망함과 황홀함을 탐구하는 여로(旅路)의 기록이며 정화의 공간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여정에 해당한다. 그러나 연작의 마지막 작품인 「북 치는 마을」에서 볼 수 있듯, 시인의 여정은 이번 시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길은 감옥일까?/ 내가누린 溫柔(온유)가 내가 바친 기도였는데 / 수도원은 보이지 않고 북소리만 들린다」(「북치는 마을」 전문)
문학평론가 이숭원 교수(서울여대 국문과)는 『이 시집은 침침하고 우울한 색조가 주조를 이루는 우리 현대 시단에 맑고 은은한 색조의 생명적 감성의 시를 선보였고, 또 모든 것이 기초화되고 계량화되어 가는 시대 속에서 인간의 육성이 갖는 진정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고 평했다.
시인 조창환씨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빈집을 지키며」 등 5권의 시집과 「한국 현대시의 운율론적 연구」 등 3권의 논저를 발표했다. 제17회 한국시인협회상과 제5회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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