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건과 김지하 반공법 위반사건, 청계피복 조조사건, 동일방직 사건,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 YWCA 위장 결혼사건,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사회의 70∼80년대 주요 민주화 사건의 현장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그래서 「인권변호사의 대명사」로 불렸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의 「큰 어른」으로 민주화에 헌신해 온 인권 운동가 이돈명(토마스 모어.82.6월 민주항쟁 계승사업회 공동대표) 변호사.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법관이 되고, 1970년대부터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그의 인생 역정을 담은 평전 「돈명이 할아버지」(도서출판 공동선/376쪽/1만5000원)가 최근 출간됐다.
후배들이 이변호사를 부르는 애칭을 표제 삼은 이 책은 학생과 노동자, 민초, 민주인사들에게 시골 느티나무처럼 편안한 버팀목이 됐던 그의 인생 역정과 그가 변호한 사건들, 법률가로서의 소신, 교회 안에서의 활동과 신앙 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책은 이변호사의 출생과 성장기, 학창시절, 법관 시절 등을 차분하게 술회하지만,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굵직한 사건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전해준다.
특히 『80년대 감옥을 가득 메웠던 학생이나 노동자 등 이른바 운동권은 결코 죄인이 아닌, 이 나라의 국민.청년이라면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며, 우리 사회가 후퇴하지 않은 것은 바로 끝까지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덕분』이라는 그의 말은 오늘날의 민주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로 이룩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창립 멤버로 현재 고문을 맡고 있는 팔순의 노(老) 변호사는 죽는 날까지 가난한 민중의 편에 서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지병인 심부전증에다 전립선암으로 투병중이면서도 여전히 인권 옹호에 앞장서느라 하루 하루가 짧다. 명성과 권위보다는 소박하고 평범하게,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삶이다.
한편 이 책의 출판기념회는 1월 28일 오후 6시 박형규 목사(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던 저명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명동성당 별관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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