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3년 전인 2001년 1월 9일. 「나의 어린 남매가 자기 둥지를 꾸며 떠날 수 있을 때까지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정채봉(프란치스코.1946∼2001)씨는 지병인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눈 내리는 아침에 세상을 등지고 하늘나라 엄마 품으로 돌아갔기에 사람들은 그를 「엄마 품으로 돌아간 동심」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해맑은 미소로 기억되는 순수한 영혼의 작가 정채봉. 그가 남긴 아름답고 순수한 이야기들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큰 울림으로 남았다.
2004년 같은 날. 서울 성북동 소재 한식당 삼청각에서는 고인의 3주기를 맞아 조촐한 추모모임이 마련됐다. 이해인 수녀의 추모시 낭송, 법정 스님의 말씀, 유족 대표 아들 승태(세례자 요한)씨의 감사의 말 순으로 이어진 이날 행사에는 부인 김순희(글라라)씨와 딸 리태(로사)씨를 비롯해 작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조정래.유경환(클레멘스).류시화.강정규씨, 화가 김복태(사도 요한)씨, 김성구(프란치스코) 샘터사 사장, 홍기삼 동국대학교 총장 등 평소 고인의 삶을 기억하는 지인 3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샘터사는 이날 추모모임에 맞춰 고인의 새 책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정채봉/김덕기 그림/샘터사/180쪽/8000원)를 발간했다. 이 책은 지난 1997년 절판됐던 고인의 작품 「느낌표를 찾아서」, 「모래알 한가운데」, 「내 마음의 고삐」 가운데 좋은 내용만 발췌해 엮은 것으로, 동화적인 감성으로 철학적인 내용을 풀어냄으로써 모든 사물과 세상, 그리고 인생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주는 명상잠언집이다.
정씨는 동국대 국문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73년 동화 「꽃다발」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80년 「5월 광주」를 겪으며 가톨릭에 귀의, 신앙을 배경으로 한 작품세계를 일궈낸 그는 동화 「물에서 나온 새」 「오세암」 등을 발표했으며 대한민국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특히 서울대교구 주보 「간장종지」에서 신앙적이고 따뜻한 메시지로 신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으며, 93년에는 소년한국일보에 김수환 추기경의 인물전 「저 산 너머」를 연재, 어린이 독자들에게 많은 감명을 주기도 했다. 사람과 사물을 응시하는 따뜻한 시선과 생명을 대하는 겸손함을 글로 남긴 채 동화처럼 눈 내리는 날 55세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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