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안동교구 제1회 「교구 성서의 날」.
이날 전시된 성서필사본 가운데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개인부문 으뜸상을 받은 조필영(마리아.84.후포본당) 할머니가 3년간 정성들여 쓴 신구약 성서필사본이었다. 그 안에 쓰여진 깨알같은 글씨들은 한땀한땀 기도로 수놓은 하느님과의 소중한 만남의 시간으로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성서주간을 맞아 하루하루를 성서와 함께 살아가는 조필영 할머니를 만났다.
조 할머니의 하루 시작은 새벽 4시. 성서를 읽고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2시간여를 그렇게 하고 나서 묵주기도 15단으로 마무리를 한다. 여느 할머니들처럼 낮에는 소일거리도 찾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전, 한두시간 성서를 읽고 쓰며 하루를 정리한다. 이렇게 조할머니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언제나 성서와 함께 한다.
할머니가 성서를 쓰기 위해 펜을 잡은 것은 2001년 8월. 여든 넘어 책읽기도 힘든데, 신구약성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쓰기로 마음먹은 데는 사연이 있다.
10여년전 조할머니의 둘째 아들이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아들의 건강을 위해 서울에서 공기좋은 시골로 내려와 지내기도 했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 아들 뒷바라지를 했지만 점점 힘에 부쳤다. 그러던 중 인근성당에서 가타리나라는 자매가 봉사를 나와 아들을 보살펴주었고, 지금의 며느리가 됐다.
『둘째 며느리는 아마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 아닌가 싶어. 그 은총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성서를 쓰게 됐지』
이미 신구약 전체를 읽었던 할머니는 성서를 직접 쓰면서 또다른 기쁨과 감동을 맛보았다. 하지만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날 없다」는 말처럼 5남매를 둔 할머니에게는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많다. 둘째 아들 사고에 이어 큰 아들은 암에 걸리고….
『세상걱정 이루말할 수 없지. 그래도 성서를 읽고, 펜을 들때만큼은 마음이 평온해지고, 시름을 잊을 수 있다우』
오직 말씀 속으로 들어가 삶의 고달픔과 아픔을 위로받고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길 3년. 노트 22권으로 엮은 성서 한 권이 완성됐다.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성서를 쓰면서 살아있음에 감사를 드리게 됐지. 전에는 「예수님께서는 많은 병자를 고쳐주셨는데 왜 우리 아들은 고쳐주시지 않나」며 원망도 많이 하고, 더 많이 은총을 내려달라고 조르기도 했는데 말야…』
신구약성서쓰기를 끝낸 지금, 신약성서 개정판을 새롭게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만히 있어도 오른손이 떨리지만, 펜을 잡고 한구절 한구절 써내려가다보면, 어느새 떨림도 없어진다.
『삶이 허락하는 한 하루도 빠짐없이 성서를 읽고, 또 써야지. 말씀 속에서 주님을 만나고 함께하는 그날까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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