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냉정한 합리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제도인가, 또 정의를 위한 타당한 죽음인가. 인간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형벌인 사형제도가 첨단문명사회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일의 극작가 카를 브루노 레더가 쓴 「사형」은 사형의식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는 집단의 욕망, 죽임과 죽음의 역사에 대한 해부를 통해 사형과 인간 심연 본능과의 함수관계에서 그 해답을 찾게 한다.
「사형의 기원과 역사, 그 희생자들」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지은이는 추방과 십자가형, 참수형, 생매장과 화형 등 고대의 처형법과 기요틴, 교수대, 전기의자와 가스실, 총살 등 근대적 처형법을 재현해 보이며 사형이 인간사회와 그 공동체의 기본조건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지은이는 또 사형의 역사란 죄책감 없이 흘려진 피의 이야기이며 정의나 국민의 복지와는 상관없이 공동사회 속에서 감당할 수 없는 긴장감을 제도화된 형태로 폭발시킨 양식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이 제도적 폭력이 늘 고상한 개념을 가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집단적 죄책감과 사회전체의 불안감의 표출임을 보여준다.
현대에 와서는 죽음이 매우 추상적인 것이 돼, 오히려 사형과 같은 제도가 개인의 불안이나 죄책감, 그리고 사회의 일반적인 불쾌감을 발산시키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함을 깨닫게 한다.
따라서 「사형은 결국 이성이 오용된 역사이며 사실은 살인」이라는 지은이의 결론을 되씹게 된다. (카를 브루노 레더/이상혁 옮김/하서출판사/345쪽/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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