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만 일흔여섯이 된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시인. 50년 남짓 세월을 시와 동거해온 노(老) 시인이지만 자신의 문학에 있어서는 충실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과거 문학에 수 없이 참담한 패배를 당했고, 인생의 황혼기를 맞고서야 문학 안에서 편안해졌다고 수줍게 고백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의 작품을 폄하하거나, 시인이 걸어온 여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시인의 시는 사실, 좀 어렵다. 편안하게 읽히는 시도 드물고, 접하는 시들도 여러 번 곱씹지 않고서는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그 동안 김남조 시인의 시 세계는 한마디로 「사랑」이었다. 사랑 시학은 그의 문학관인 동시에 삶의 지향점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사랑」 때문에 시인은 온몸으로 이 세상과 철저하게 싸웠는지도 모른다.
최근 출간된 노시인의 잠언집 두 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세상을 밝혀주는 작은 등대」 쯤으로 해석될 법하다. 「삶과 사랑」, 「세상사의 가치」 등 같은 주제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한 위대한 문필가들의 묵상과 가르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잠언집은 김시인이 지난 1985년 출간했던 잠언집 「생각하는 불꽃」을 「사랑은 고백할 때조차 비밀로 남는다」와 「밤이다, 우리는 빛이 되어야 한다」 두 권의 책으로 재출간한 것이다. 같은 내용을 다시 펴낸 책이기는 하지만 새 잠언집들은 시인이 일부를 추가하고, 기존의 원고들 중에서도 다듬고 골라 새롭게 일신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첫 권 「사랑은 고백할…」의 제목은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것으로 제목 뒤에는 「왜냐하면 오직 연인만이 자기가 사랑 받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뒤따른다. 이외에도 「화살은 하나만 가지고 명중시켜야 한다」, 「고귀한 실패는 저속한 성공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무지의 특징은 허영과 자만과 교만이다」 등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모았다. 두번째 권, 「밤이다, 우리는…」는 삶의 완성에 대한 이야기다. 고통과 침묵, 열정과 시대에 대한 성찰, 사유와 예술 등에 관한 잠언을 담았다.
김시인은 책의 서문에서 『잠언이란 신성한 것이며, 외워져서 읽는 자의 핏속에 용해돼야 한다』면서 『이 잠언들이 세대를 넘어 오래도록 타오르는 등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도서출판 다시/각권 230쪽 내외/각권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