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말 현재, 한국교회의 공소 수는 모두 1042개이다. 전국 본당 수가 1313개인 것을 볼 때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도시화 현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농어촌을 떠남에 따라 규모가 작아진 농어촌 본당이 어쩔 수 없이 공소가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신앙을 지키며 이어져오고 있는 공소신자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1912년 당시 서울대교구의 본당 수는 41개이지만 공소는 631개였다. 그런데 2002년 말 현재는 본당이 248개인데 비해 공소는 12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도시로 이루어진 교구는 갈수록 공소가 없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전국 14개교구중 춘천, 원주, 청주, 마산, 안동, 전주교구(군종교구 제외)는 오히려 본당 수보다 공소 수가 더 많은 실정이다.
과거 공소신자들은 봄 가을 판공때, 일년에 두 번 찾아오는 사제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했었다. 본당신부가 오는 날이 마을 잔칫날이 되기도 한 것이다. 당시엔 사제 수도 부족했었고, 교통수단도 지금처럼 편리하지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제도 많고 교통도 편리하지만 공소신자들은 여전히 미사봉헌 등 신앙생활에 목말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명의 사제가 본당사목과 함께 평균 3∼5개의 공소를 원활하게 사목하기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서 지난 2000년 2월에 공소공동사목을 처음 실시했던 광주대교구의 지역공동사목본당의 첫 만남이 있었다. 석문, 하상, 진길 본당의 관할 18개 공소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지역공동사목은 우선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주일 미사를 봉헌하는 다른 공소에 비해 매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본당의 모든 행정과 재정에 동참함으로써 본당신자라는 소속감을 갖게돼 소외감을 떨쳐버리면서 성직자나 수도자에 의존하지 않고 신자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가며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물론 지역공동사목이 잘 이뤄지기 위해선 한 명의 사제가 담당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러나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소공동체운동을 볼 때 공소는 그 기본 틀이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에 어느 소공동체보다 더 탄탄한 조직을 바탕으로 신앙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공동사목을 통해 공소 역시 본당과 한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어려운 공소 현실을 함께 헤쳐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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