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회 안에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열풍이 일고 있다.
성서를 알고자하는 신자들이 늘어나고 성서공부 방법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몇몇 교구와 다수의 본당에서는 이미 이 독서법을 실천하고 체험한 바 있고, 새천년기 들어 거룩한 독서를 소개하는 저서들이 다수 출간되면서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서주간을 맞아 하느님 말씀을 근간으로 교회가 전통적으로 이어온 「렉시오 디비나」가 과연 무엇인지, 언제부터 유래됐는지, 그리고 묵상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의미
렉시오 디비나란, 믿음을 전제로 한 성경읽기이자 그리스도교적 독서이며 믿음 안에서 또한 믿음의 증진을 위한 독서라 할 수 있다. 즉 기도 분위기 속에서 말씀과 친숙해지고, 말씀에 맛들이면서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도록 하기 위한 독서의 한가지 방법인 것이다.
거룩한 독서라고도 일컫는 렉시오 디비나는 말 자체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우리말로도, 서양 현대어로도 충분히 나타내기 어려워 통상적으로 렉시오 디비나라고 쓴다.
렉시오 디비나는 「독서」라는 명사 렉시오(Lectio)와 「신적(神的)」이라는 형용사 디비나(divina)로 되어있는데 여기서 디비나는 「하느님의 말씀」 즉 성서를 뜻한다. 따라서 흔히 「성경독서」 「거룩한 독서」 또는 성독(聖讀)으로 말하고 있다.
렉시오 디비나는 성서에 관한 지식을 쌓기 위해 성서를 읽거나 성서에 관한 주석서를 읽는 것과는 달리 영적으로 풍성한 결실을 맺는 독서법이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관상에까지 이르게 된다. 즉 성서를 읽을 때 단순한 「글자」 차원을 넘어 하느님의 생생한 말씀, 더 나아가 그 말씀을 하느님 자체로 받아들이게 되는 성서 묵상법인 것이다.
이탈리아 주교단 교리교육위원회는 『교회 역사의 아주 오래된 시절부터 교회의 전통 안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는 신학적으로 아주 튼튼하고 확실한 영적인 체험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그 접근이 쉽고 또한 그 어느때보다 더 신앙의 성숙을 위해서 효과적』이라면서 이 독서법을 권고한 바 있다.
유래
이같은 렉시오 디비나는 오늘날 새롭게 생긴 성서운동이 아니라 교회의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둔 독서법이다. 교회가 탄생하기 이전 구약 성서 안에 말씀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렉시오 디비나는 신약성서 저자들과 교부들이 전통을 이어받아 후대에 전해져 내려왔다. 사도들에 이어 기라성같은 교회의 학자들과 성인, 교부들이 이어 실천한 렉시오 디비나는 253년 선종한 그리스 교부 오리게네스와 1188년 선종한 카르투시오회의 귀고 2세에 와서 수행법을 체계화화고 집대성했다.
교회의 오랜 전통적인 방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성경말씀을 신학적 논증을 위해 남용한 스콜라식 독서법과 반종교개혁의 영향으로 1300년경부터 약화되고 잊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몇몇 수도공동체에서는 이 전통을 보존해왔다. 렉시오 디비나를 베네딕도회의 전통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6세기부터 12세기까지 서방교회의 수도생활은 거의 베네딕도회였고 이후 수도승적 전통이 베네딕도회 안에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 독서법이 수도자나 성직자뿐 아니라 모든 신자들에게까지 확산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덕분이다. 공의회 교의헌장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에서는 『우선 모든 신자들은 성경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하며, 성경을 자주 또 기쁜 마음으로 읽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헌은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경에 대한 직접적인 독서를 통해서 기도하는 방법을 배워야하는데 이것이 바로 거룩한 독서』라며 『성경을 읽는 목적이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숭고한 앎을 터득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자들은 오로지 성경을 대함으로써 이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이같은 독서법이 성직자, 수도자들에게만 그치지 않고 평신도들에게까지 확산돼 오늘날 곳곳으로 널리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묵상방법
렉시오 디비나를 체계화한 귀고 2세는 독서법을 읽기(lectio)-묵상(meditatio)-기도(oratio)- 관상(contemplatio) 등 네 단계로 구분했다.
독서(lectio)는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성경에 대한 주의깊은 연구이며 묵상(meditatio)은 감추어진 진리를 부지런히 탐구하는 지성의 작용이다. 또 기도(oratio)는 악을 멀리하거나 혹은 선을 얻기 위해 하느님께 대한 마음의 수도적인 정진(精進)이고, 관상(contemplatio)은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성서를 읽고(lectio) 그 가운데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마치 소가 여물을 되씹으면서 소화시키듯이 그것을 계속 되뇌(meditatio)인다. 그러다 보면 말씀이 마음 속에 완전히 스며들게 되고, 그 말씀을 통해 현존하시는 하느님께 자연스럽게 기도(oratio)를 바칠 수 있고 이 기도가 깊어지면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관상(contemplatio)으로 발전하게 된다. 즉 렉시오 디비나는 어려운 이론이나 복잡한 방식에 얽매여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간편한 방식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 안에 내면화하고 육화시키는 것이다.
「파코미우스 규칙서」에 의하면 수도자들은 성무일도를 바친 성경구절을 성당에 나오면서 또는 바구니 짜는 일을 하는 도중에 계속 되뇌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도자들에 의해 이어져온 이 독서법은 가정주부나 직장인 등 현대인들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아침에 묵상한 구절을 출퇴근길 또는 일상 안에서 정성스럽게 되뇌이면 화살기도처럼 우러나오게 된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길잡이 도서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거룩한 독서로 들어가기(엔조 비앙키, 이연학역, 분도출판사)
△말씀의 불꽃: 거룩한 독서에 관한 이야기(프랑스와 까쌩제나-트레베디, 서인석역, 분도출판사)
△거룩한 독서:모세오경?네 복음서(정태현저, 바오로딸출판사)
△말씀으로 기도하기:거룩한 독서를 위한 길잡이(서인석저,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 성 유스띠노 성서모임)
△깊이 깊이 말씀 속으로(텔마 홀, 차덕희 역, 성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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