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의 실태
이 자료는 97년 9월30일 이후 98년 3월3일까지 다섯달 동안 북한 탈출 식량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사정이 배급 중단지역의 확산과 기근의 연례화로 대량아사로까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일명 「꽃제비」라 불리는 실향 유민에서 국경지대를 배회하는 난민으로 변하면서 인권유린 현상이 심각하고 점차 정치 난민화하고 있는 현실에 이 자료는 주목하고 있다.
인터뷰 대상자 605명 가운데 남자는 326명, 여자가 279명이다. 연령은 30대가 17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40대(155명), 50대(109명), 20대(95명)순이었다. 거주지역은 함경북도가 37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아 이 지역의 기근이 가장 심각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번 조사결과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조사대상자 가족구성원의 사망률과 사망자의 연령별 분포, 지역별 사망률 등이다.
지난 95년 8월 대홍수 이후부터 98년 3월 3일가지 2년 7개월간 가족사망률은 27%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즉, 총 가족구성원수 3,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2,380명이고 859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9세 이하 유아 및 어린이의 사망률이 36%에 달했고, 3세 이하의 경우 사망률이 50%를 넘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60대 이상 노인층의 사망률도 매우 높게 나타났고 장년층의 사망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북한 주민 전체가 심각한 아사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 사망률은 96년도 9%에서 97년도엔 17%로 급격히 증가했다.
사망원인은 아사가 38%, 아사와 질병 10%, 질병 42%로 나타났으며 생존자 가운데 심각한 영양실조가 17%, 질병 23%등 거의 40%가 위기에 처해 있어 식량과 의약품의 지원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올 한햇동안 대량 아사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의 어린이들. 볼록 나온 배는 영양실조 때문이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북한을 탈출한 식량난민들은 대략 3만5천 명에서 20만 명까지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들이 굶어 죽는 것을 보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는다.
식량난민들은 신분보장은 물론 기본적인 인권도 무시당한채 체포, 구금, 폭행을 당하고 여자들은 인신매매의 대상이 된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이들을 외면할 뿐아니라 존재 자체도 무시하며 수차례의 조사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250만~300만 명 아사
식량난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 보고서는 지난 2년 반 동안 최소 250만 명 이상이 기근과 질병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의 근거는 이렇다. 북한 인구 2,200만 중 당 간부, 보위부, 군인과 일부 무역부 일꾼 등 상층부 인구 300만 명을 제외하고, 600만 명의 농민도 안전하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1,300만 명이 기아의 고통에 처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가운데 가족사망률 27%를 곱하면 약 351만 명이란 숫자가 나온다. 따라서 최소한 250만, 혹은 300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난민들은 농민, 당원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죽었다는 이유를 들어 사망자가 500만 명은 될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지만, 어떠했든 그간 논란이 많았던 사망자 수를 구체적인 성황 증거 등을 통해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다.
◆ 한 식량난민의 고백
다음은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50대 초반의 북한 식량난민의 고백을 정리한 것이다.
지나간 3년을 돌이켜 생각하면 눈물만 흐릅니다. 병석에서 신음하시던 저 아버지, 어머니 그리도 두 자식들은 치료도 못받고 병석에서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허덕이다 저 세상에 가버렸습니다. 온 몸을 털면 먼지 밖에 없는 저에게 그 무슨 그이들을 구할 방법이 있었겠습니까. 그때는 눈물도 말라서인지 흐르지 않았습니다.
우리 조선민족은 의지굳고 완강한 민족, 특히는 의례있는 민족이지만 한심하게 빈곤하다 보니 의지도, 의례도 운운할 수 없는 인피(人皮)를 쓴 승냥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삶을 위해 백일하에 도적놈도 되었고 때로는 비렁뱅이도 되었댔습니다. 길가에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피색이 하나 없고 남루한 옷에 지팡이를 짚고 가다간 기아에 지쳐 누우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지금 조선 형편은 말로 형언하기 어렵습니다. 학생들은 굶어서 옷이 남루해서 학교를 가지 못하고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기아에 허덕입니다. 조선민족의 새싹들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하루속히 이들을 구해야 합니다. 길가에서 쓰레기 바닥에서 헤매는 아이들은 모두 고아로 된 것 같습니다. 저 애들을 구해야 합니다.
길가에서 사망된 인수가 너무 많기에 자동차에 시체를 집채로 매장하였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사체를 제때에 처리 못하면 추악한 냄새, 구데기가 생겨 전염병을 초래했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굶어 죽고, 소부분은 병치료 못한채 사망되었습니다.
그 누가 비렁뱅이 되고 싶어 하겠습니까. 생활환경은 저를 핍박하여 비렁뱅이, 도적놈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루속히 남북이 통일되어 백성들을 잘 살게 하고, 나라가 부강하여 세계에 부럽지 않은 민족으로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불교 「민족서로돕기」본부 집행위원장 법륜 스님
“북한 식량난은 금세기 인류 최대의 비극”
『북한 주민이 겪는 기아사태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가운데 최대의 참사라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지원만이 최선의 해결책입니다.』
지난 4월초 연변지역을 방문, 북한 식량나민들을 만나고 온 법륜스님은 『북한의 식량난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인류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법륜스님은 지구상의 기아, 질병, 문맹퇴치를 위해 지난 91년 조직된 민간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한국 대표. JTS는 97년 11월부터 북한의 나진-선봉지역에서 어린이를 위한 직접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대교가 나진-선봉지역 구호를 위해 지정 기탁한 1억3천여만 원도 천주교 한마음운동본부와 JTS를 통해 이 지역 구호활동에 사용됐다.
『유엔은 사실상 무기력합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 한국정부를 설득해 북한지원에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그는 이와 관련 오는 5월 24~26일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에서 북한문제 세미나를 갖고,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지원 방안 등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식량난은 말할 수 없이 참혹합니다. 그 상황을 직접 본다면 북한돕기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현재 나진-선봉지역 104개의 탁아시설을 돕고 있는 법륜스님은 『북한 어린이 1명을 한달간 먹이는데 드는 경비가 5000원에 불과하다』며 관심과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