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직을 지원하는 애초의 계기가 어떻든 간에 성소를 꽃피워가는 과정에서는 그 동기가 순수하게 정화돼야 합니다.
예비신학생 모임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연로하신 원로 신부님들은 종종 우스갯소리로 「달걀을 많이 먹고 싶어서」라는 등으로 사제의 길을 택한 동기를 말하곤 한다.
단순하고 때로는 엉뚱한 동기가 거룩한 사제의 길에 일생을 헌신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성소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 예비신학생들을 지도하는 서울 성가소비녀회 김복희수녀가 성소지도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학생들이 자신의 성소에 대해 보다 순수한 원의를 갖도록 이끄는 것이다.
부모나 본당 신부, 수녀 등 주위 어른들의 권유로 모임에 나올 경우 자기 성소에 대한 깊은 묵상과 기도가 없으면 지속적으로 성소를 키워갈 수가 없습니다.
사제직을 왜 지향하는지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적인 임무입니다.
김수녀가 담당한 학년은 입시를 앞둔 고3. 입시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코앞에 다가선 진로의 선택에 고민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꼬박꼬박 모임에 나와 지도부제와 수녀, 선배 신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믿음직하다.
다만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기쁨과 열정을 자유롭고 풍요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학생들에게 부족하다는 것이 한가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수녀는 학업성적이나 진로결정 등 어려운 문제들이 학생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렵게 만든다며 가정과 학교, 교회에서 모두 이들이 자신의 이상과 꿈을 마음껏 펼 수 있도록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미래 사제상을 갖고 있다.김수녀는 좬학생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제의 모습은 어느 계층이든 자상하게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신부좭라며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보여주는 신부님들의 모습을 동경한다고 말했다.
매월 한차례 열리는 예신 모임에는 평균 70-80명이 나온다.
저학년으로 내려갈수록 참석 인원은 늘어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다른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교구에서는 지원자들이 1년 이상 이러한 모임에 참석해 준비를 해주길 요구한다. 성소의 결정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이다.
혜화동 신학교에서 만나 강의도 듣고 조별 모임에서 서로의 깊은 속내도 들어본다. 매월 모임 외에도 전화상담 등을 통해 학생들과 긴밀한 유대를 가지려고 애쓴다.
학부모들과의 상담도 지도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한달에 한 번의 만남으로야 충분한 성소지도가 어렵지요. 그래서 수시로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부모님들을 통해서 아이들의 고민이나 어려움도 들어봅니다.
김수녀는 특히 부모님들의 경우 자녀의 성소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모든 학생들을 신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정한 성소가 어떤 것인지를 함께 식별하고 키워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지도를 맡고부터는 그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청소년 심리에 대한 강의도 꼬박꼬박 듣고 있다.
『하느님께 봉헌된 삶에 대한 학생들의 열망을 보면서 저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
때로는 진로에 대해 심각한 고민도 하고 엇나가기도 하지만 미래의 사제직을 지향하는 이들 예비신학생들은 의미있고 풍요한 삶을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성소주일에 만난 사람] 고3 예비신학생 지도 김복희 수녀
“학생들은 마음을 열고대화 나누는 사제꿈꿔요”
사제직 지원 의미,확신갖도록 이끌어야
매월 한차례 「예신모임」에 70~80명 참석
발행일1998-05-03 [제2100호,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