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아이들, 그 중에서도 가장 연약하다고 할 수 있는 장애를 안은 아이들 속에 묻혀 나이를 먹는 즐도 모르고 서른을 맞았다는 춘천동원학교(교장=권희철) 정효진 교사.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눈을 사랑한다는 정 교사 자신은 타고난 교사 축에는 못드는 사람이라고 털어놓는다. 92년 교직에 첫발을 들여놓은 정 교사는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전국을 떠돌다시피 했다.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강원도 춘천으로 오기 전에도 남단이랄 수 있는 경남 진주혜광학교를 시작으로 충북의 청주혜화학교 등 자신의 고향인 부산과는 동떨어진 곳에서의 근무도 마다하지 않아 왔다.
아이들 속에 파묻혀 지내왔음인지 서른의 나이가 무색하게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하고 있는 정 교사는 아이들을 보며 사는 직업 자체가 좋다고 밝힌다.
지금껏 이어온 교직 생활 자체가 객지 생활과 다를 바 없었던 정 교사의 삶은 어쩌면 장애학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대하는 삶에 조금이라도 욕심이 끼어 들면 얼굴을 들고 그들 앞에 설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지금껏 촌지 한번 받아 보지 않았다는 정 교사는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는 아이들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나름의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다.
시대나 국가의 교육철학으로 학생들을 대하기에 앞서 학생을 교육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정 교사의 철학은 그래서 때때로 주위와의 오해를 빚기도 한다.
학교에서"고추장 먹인 싸움닭"으로도 불린다는 정효진 교사.
아이들의 눈을 어느 교사보다 잘 읽어낼 줄 알기에 그 만큼 아이들의 편을 더 들게 되고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그를 두고 주위 동료 교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정 교사는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개인적인 불편이나 괴로움쯤은 감내할 줄 아는 용기가 참다운 교사의 기본자질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직업으로만 교직을 생각하고 사명감은 한켠에 밀쳐두고 생각날 때마다 가끔씩 업무적으로만 되새겨 보는 듯한 오늘날의 풍토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지난 92년 고3 지체장애인반을 맡았을 때 지도했던 한 학생이 졸업하고 한참이 지난 94년 조그만 기계부품회사에 취직했다며 편지를 부쳐 왔을 때가 가장 기뻤다는 정 교사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신체적인 어려움도 무릅쓰고 공부를 계속해 나갈 계획도 나름대로 세우고 있다.
96년부터 올 2월까지 주말을 이용해 공주대학교 특수교육학과 대학원을 오가느라 건강이 적잖이 상했지만 공부할수록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더 느끼게 된다는 정효진 교사.
그는 아이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대고 있다. 자신이 지닌 약간의 장애를 장애인을 이해하고 함께 하는데 도움이 되는 삶을 살도록 하느님이 안배하신 뜻이라고 생각하는 정 교사는 "누구나 한가지씩의 장애는 지니고 삽니다.
각자가 지닌 장애조차 하느님의 일에 도움이 되도록 쓸 때 하느님이 사랑하는 아들 딸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을 던진다. 무거운 아이들을 안고 나르느라 관절염이나 류머티즘 등 한 두가지씩의 병을 안고 산다는 특수학교 교사들,
그들 틈에 끼여 최근 목디스크에 걸린 정 교사는 자신의 병보다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소홀해질까를 먼저 염려한다.
이웃에 다가가기 위한 끝없는 노력 속에 자신을 돌보기 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정효진 교사는 희생을 통해 하느님께 한발 먼저 다가가고 있는 우리의 형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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