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전문작가 이연종(라파엘·50·천안 상정동본당)씨. 10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해온 그는 96년부터 1년간 북간도 조선족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씨는 그곳에서 동포들의 삶의 애환을 체험할 수 있었고, 그들도 우리가 껴안아야 할 동포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북간도는 50~60년대 우리나라 실정을 보는 듯 했습니다. 모두 여섯 번 다녀왔는데 갈 때 마다 느낀 건 바로 그들도 우리 동포란 사실이었어요. 조선족들이 고국이라고 찾아간 우리나라에서 사기당했다며 울분을 토할 땐 제가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년 5월 21일 이연종씨는 그동안 북간도에서 찍었던 작품사진 48점을 가지고 개인전을 열었다. 이씨는 「잃어버린 땅 잊혀진 세계」란 주제로 마련한 개인전을 통해 중국 동포들과의 동질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천안에서 치과를 개업중인 이씨는 사진이 좋아 상명대학에서 새로이 사진학을 공부한 열성파. 작년 8월 사진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어 많은 힘이 된다. 이씨의 딸 규나(보나)씨. 상명대학교 사진학과 3학년인 규나씨는 기회만 되면 아버지화 함께 촬영을 가곤한다. 두 사람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시간은 없다.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료로서 훌륭한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각자의 작품에 대한 비평도 아끼지 않는다.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그때 그때 작품에 대한 평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딸로서가 아닌 동료로서 저의 영원한 동반자인 셈이지요』
다큐멘터리 사진의 생명은 자연스러움, 이씨는 훌륭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위해선 우선 찍는 대상과의 교감을 중요시한다. 카메라를 의식하면 표정이 굳기 마련. 그렇게 되면 작가가 애초 생각했던 모습을 찍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씨는 사진을 찍기 전에 미리 그 대상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의도를 얘기해준다고 한다.
국내에 존재하는 여러 종교에 관심이 많은 이씨는 앞으로 신앙을 테마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앵글에 담을 계획이다. 그는 우리 삶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다양한 종교의 형태들을 찍고 싶다고. 아울러 이씨는 특수사목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사제·수도자들의 삶을 담고 싶어 한다. 『외국인 사제·수도자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찍을 생각입니다. 특히 그들의 인자하고 포근한 미소를 표현하고 싶어요. 낯선 타국에서 봉사희 삶을 살고 있는 아름다운 그들의 모습을 담겠습니다』
가톨릭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연종씨는 현재 천안소년교도소에 의료봉사도 나가고 있다. 본당 총회장을 맡으면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씨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메고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 자신이 생각한 테마를 찾아서.
[98년 사진 영상의 해 기획 - 한국 가톨릭 사진작가들] 12. 다큐멘터리 전문 이연종씨
현역 치과의사 틈만나면 여행
딸도 사진학도 “부녀 사진가”
“다양한 종교의식 찍고 싶어”
발행일1998-05-03 [제2100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