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과 가톨릭 문학계를 이끌어 온 두 거장,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82) 시인과 신달자(엘리사벳·66) 시인.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은 꼭 4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시인은 1961년 숙명여대 국문과에 입학해 ‘은사’ 김 시인을 처음으로 만났고, 그때부터 그의 매력에 반해 스승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사제지간의 연은 신앙의 동반자로 이어져 1977년 신 시인이 세례를 받을 때 김 시인은 대모를 자청했다. 신 시인은 “남편이 병마로 쓰러져 고통 받을 때 선생님의 권유로 처음 성당에 나가게 됐다”며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선생님 덕분에 시를 알게 되고, 하느님도 만나는 등 참으로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고 전했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인연이 ‘문단의 선후배’ 사이를 거쳐 신앙 안에서의 ‘부모와 자식’으로 진화한 셈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반백년의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이 최근 한국 문단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한지에 납활자를 사용한 수제본 활판 시선집을 나란히 펴낸 것. 인쇄공장 ‘출판도시 활판공방’을 운영하는 시월출판사가 기록적 가치가 있는 원로 시인들의 작품들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해 온 작업이다. 조판부터 인쇄, 제본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각 시집마다 고유의 일련번호와 육필시를 담아 1000부 한정 제작된다.
김남조 시인의 시선집 「오늘 그리고 내일의 노래」(시월출판사/196쪽/5만원)에는 시인이 1953년 펴낸 첫 시집 「목숨」 이후 최근까지 간행된 16권의 시집에 수록된 1000여 편의 시 중에서 시인이 직접 뽑은 시 100편이 실렸다. 초기·중기·후기 시 각 20편과 신앙시·환경시 각각 20편을 주제별로 담았다. 한편 한편이 주옥같고 시어마다에 사랑과 생명, 희망과 구원이 드러나는 사랑 시의 백미 중 백미다.
신달자 시인의 시선집 「바람 멈추다」(시월출판사/180쪽/5만원)에도 1973년 시인의 첫 시집 「봉헌문자」부터 최근에 출간된 「열애」에서 시인이 직접 정수를 가려내 100편을 골랐다. 고통의 시간을 극복하고 사랑의 삶으로 다가가려는 시인의 의지가 오롯이 배어 빛을 내는 작품들이다.
김 시인은 “세월 깊어져 지금은 침묵이 더 좋아졌다”며 “나뿐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가슴을 통과하는 절실한 심정이 있는 거기에 힘과 호소의 뿌리를 두고 시인들은 시를 쓰는 듯하다”고 말했다.
신 시인은 “아직까지 시만큼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며 “속으로 지독한 떨림을 감추고 시를 가르치며 살아온 17년이 지나가고, 이제야말로 좋아하는 시를 쓰면서 단 한 줄이라도 당위성 있는 시로 어딘가 내 시심으로 메울 수 있는 세상의 빈 곳을 찾으며 살고 싶다”고 전했다.
※문의 02-324-7420 시월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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