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유교 윤리 안에서 여성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았다. 조선 시대, 그 여성들을 ‘행동’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천주교 신앙이었다.
이후 여성들은 한국 교회 성장과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박해 시절 부인회장과 과부, 동정녀들의 역할은 교회의 존재 자체를 지지하는 버팀목이었다. 일제침략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칠 때는 수녀들이 주된 활동층으로 부각됐다. 이어 1960년대 이후 교육받은 여성 수가 증가하면서 여성들은 전국 각 본당을 중심으로 신앙을 키워나가며 교회의 요청을 꾸준히 뒷바라지 해왔다.
하지만 교회 창설 때부터 현재까지를 한데 아우른 한국 교회 여성사는 이 땅에 교회가 세워진 지 220여 년을 훌쩍 넘기고서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대표 최혜영 수녀, 이하 가여연)이 최근 발간한 「여성, 천주교와 만나다」(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350쪽/1만8000원)는 한국 교회를 구성하고 지지해온 여성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기존 가톨릭여성사는 전체 교회나 한국사 안에서 여성신자들의 역사를 파악하기 보다는 단순히 여성 관련 자료를 종합한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가여연은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자 장상연합회의 후원으로 새로운 여성사 집필을 기획, 전국의 가톨릭 여성 사학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집필에 참여한 이는 김정숙·금경숙·박주·손숙경·신영숙·장정란 교수 등 8명의 전문가들이다.
특히 이 책은 한국 교회사 안에서 남성적인 시각에 의해, 여성에 대해 편협하게 기록되거나 혹은 누락된 사실들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책의 공동저자인 김정숙 교수는 “한국 교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온 여성들의 묻혔던 활동을 알아내는 과정은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인간화 과정을 알아내는 작업”이라며 “따라서 한국가톨릭여성사 연구는 교회사와 한국 역사 이해에도 새로운 시야를 제시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성, 천주교와 만나다」에서는 한국가톨릭여성사에 대한 시대 구분부터 안내한다. 이어 천주교 수용과 박해 시기, 여성의 신앙 활동의 면면을 구체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엮어냈다. 1900년대 들어서는 여성교육과 가톨릭문화를 꽃피운 역할, 격변기 한국 사회에서 신앙을 증거한 수도자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교회 내 여성들의 사도직 현실을 되짚으며, 앞으로 보다 열린 교회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바도 제시해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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