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마흔 살을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했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소설가 공선옥(마리아 막달레나·45)씨도 불혹의 강을 건너왔다.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 시간과 공간들 안에서 어느 것 하나 무심히 지나치지 못한 날들이었다. 그는 훗날 자신의 마흔 즈음을 이렇게 회상했다. ‘인생의 오랜 숙원이었던 세례를 받아 신앙인이 됐고, 고만고만하던 아이들은 훌쩍 컸고, 내 머리엔 어느새 흰 서리가 내렸다’
공선옥씨가 산문집「마흔살 고백」(생활성서사/200쪽/1만원)을 냈다. 지난 2003~2004년 월간 「생활성서」에 연재한 글과, ‘마흔 살 이쪽저쪽으로 5년 안짝’에 쓴 에세이 38편을 묶은 것이다. 늦깎이 신앙인이자 중견 소설가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이웃으로 쓴 한 편 한 편의 글이 책장을 덮은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책을 관통하는 큰 줄기는 ‘엄마 공선옥의 모습’이다.
한때 생활고에 시달리다 아이를 ‘아동일시보호소’에 맡겼던 공씨는 입양을 권유하는 상담원 앞에서 “오직 그 한 생각, 내가 지금 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당장에는 힘들지만 당장 힘들다고 아이들을 버리면 죽을 때까지, 설사 내가 육체적으로 편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평생을 정신적 진흙탕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부모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천생 글쟁이’로서의 우직한 뚝심도 엿보인다. 먹고살기 위한 ‘잡문’은 그만 쓰자 마음먹고 연재 중단 통보를 하려고 전화를 걸다가도 공사현장 노무자로 일하던 아버지의 작업화 소리를 떠올리며 “젊은 시절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내가 이 따뜻한 방 안에서 소위 ‘쓰고 싶지 않은 글’ 하나 못 쓰랴”하며 결국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세상의 약자들을 위한 공씨의 변함없는 애정은 이번 산문집에서도 여전하다.
텔레비전을 통해 본, 수해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새댁이 눈에 밟혀 직접 찾아가고, 아무도 달래주는 이 없이 혼자 울고 있는 낯선 아이를 품에 안고 같이 엉엉 울어버리는가 하면,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와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좋은 엄마가 돼 주지 못함에 더 가슴 아파한다.
공씨는 “마흔이 돼서야 현재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깨닫게 됐다”며 “세상 모든 것은 예뻐하면 예뻐지고 미워하면 미워진다. 원래가 예쁘고 미운 건 하나도 없다. 내가 나를 예뻐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져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주문을 외운다. 내가 나를 많이 사랑하겠다”고 전했다.
※문의 02-945-5986~7 생활성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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